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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생각

법정스님의 송광사 마지막 통나무 집


2010년 3월 13일 아침 6시경에 눈을 뜨고 문을 열어 봅니다.
민박집 마당에서 바라 본 다비식장 부근 입니다. 가운데 전신주 위로 산이 겹치는 부분이 11시경 법정스님의 다비식이 예정된 곳 입니다. 이른 시간인지 아직은 한산해 보입니다.


어제 저녁 마신 술에 아직 정신이 덜 드는 것 같습니다. 따뜻한 구들장을 짊어지고 잠시 게으름을 피워 봅니다. 술을 깨고 나서야 할 터인데 이곳 송광사 주변 상가식당에서 해장국은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어제 저녁 상가 식당 메뉴를 둘러보았거든요.  산채비빔밥, 더덕구이, 산채정식....,  뭐 이런 것들 입니다.  하여, 주차장 입구 구멍가계에서 컵라면으로 해장을 하며 불일암을 먼저 오를까? 다비식장을 먼저 살펴볼까?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컵라면을 깨끗이 비우고 불일암 방향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길을 가다 생각하니 다비식장의 정확한 위치를 모릅니다. 대략 주변을 살펴보고 불일암을 찾는게 순서일 것 같다는 판단입니다.


다비식장 오르는 입구에 중계방송 차량입니다. 장비설치에 여념이 없습니다.
오르는 초행길 부터 심상찮아 보입니다. 무척 가파릅니다.
이 길로 법정스님 법구를 이동하여야 합니다.


이른 아침에 벌써 다비식장으로 향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앞서 장비를 싣고 오르다 멈춘 산막차의 길을 터주기 위해
지원나온 중장비도 오르기에 버거워 보입니다.
이곳 분들은 딸딸이라 부릅니다.


인부들께서 산막차라 부르는 차량입니다.
장비를 싣고 오르다 더 이상 오르지 못합니다.
무지막지하게 생긴 처음보는 트럭 입니다.


법정스님이 마지막 머무실, 마지막 산채 "통나무 집"을 짓는 다비장에 도착했습니다.

가파른 길을 20여분 오른 것 같습니다.
거리는 그리 멀지 않으나 경사도가 높습니다.
주변 숲이 무척 우거졌습니다.
이곳에 다다른 시간이 8시경 입니다.

그러나 벌써 도착하신 분들께서 좋은 자리 물색을 합니다.
인부들께서는 다비식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주변에 참나무 장작과, 숯상자도 널려 있습니다. 

이곳은 송광사에서 다비식장으로 사용하는 장소인 것 같습니다.
법정스님 다비를 위해 준비한 곳이라면
법정스님 유지에 거스른짓 이겠죠.....

방송장비 설치도 여념이 없습니다.


가운데 움푹 패인 곳에 마른 잔가지를 가득 채워 넣습니다.
그 위에 참나무 원목으로 받침 틀을 만든 후 장작과 숯을 놓습니다.
그리고 습기를 막으려고 천막을 덥습니다.
구들장을 꼼꼼이 준비합니다.

그동안 오르지 못해 빌빌대던 산막차가 장비를 싣고 올라 왔습니다.
사람들도 계속 올라 옵니다.

이미 절입구 삼거리 부터 차량통제가 되어 걸어왔다는 분들의 말씀도 들었습니다.
일주문(조계문) 앞에 상여가 준비되었는데 관이 없으니 가파른 길을
오르는데 염려스럽다는 분도 계십니다. 

이런 가운데 대략 9시경이 되어 무척 춥습니다.
상여도 볼 겸  몸을 녹여야겠기에 민박집에 내려왔습니다.
몸을 녹이며 이상하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상여가 일주문 앞에 있다?"

10시경 벌떡 일어나 송광사 쪽으로 오르는데
도로를 따라 많은 분들이 바삐 내려 옵니다.
법정스님 법구를 모시고 대웅전을 한바퀴 돌아 일주문 앞을 출발했다는 전갈 입니다.
도로가 내려 보이는 시야가 좋은 산자락에는 사진 매니아가 진을 칩니다.
나도 산자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영정을 모신 운구행렬이 시야에 들어 옵니다.
많은 분들이 운구행열을 애워싸고 함께 내려 옵니다.
상여가 있을 턱이 없죠.


흐느끼는 스님의 모습도 보입니다.
운구하시는 스님들은 법정스님의 상좌라고 합니다.
상좌란 제자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스님을 따르는 많은 분들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다비식장으로 많은 분들이 앞서 가시기도 했습니다.


송광사의 출입구를 벗어나기 직전 취재진의 촬영을 위해 잠시 멈추었습니다.


이미 다비장의 지형을 파악해 둔 덕에 산 길을 가로질러 다비장으로 향했습니다.
앞서가는 스님들도 숨을 몰아쉬며 산 길을 오르고 계십니다.


다비장 오르는 길 중간에는 많은 사진사들이 자리를 잡고 법정스님의 행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비장 주변은 인파가 많아 비집고 들어 갈 틈이 없습니다.
다행히 이른 아침에 봐 두었던 높은 위치로 가야했습니다.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만 그나마 다행 입니다.
이내 내 주변과 뒤에도 인파로 채워집니다.
곧 법정스님이 도착한 모습입니다.
이때가 11시 10분경 입니다.


그리고 잠시후 앞서 봐 두었던 장작더미 위로 법정스님이 모셔 집니다.
주변에 참나무 원목으로 옆과 위로 성냥개비 쌓듯 쌓습니다.
아주 작은 공간에 스님이 모셔진 모습입니다.
그리고 주변과 위로 장작을 쌓아 올립니다.
30여분 경과한 것 같습니다.


다비장 주변 모습 입니다.
너무 가까이 몰려들어 주변정리도 해야 했습니다.
성스러운 날 사고가 없도록 주의를 당부하는 스님의 안내 방송도 있습니다.
장작 주변은 멀리 물리쳐야 했습니다.
불길이 위험하기 때문 입니다.


장작쌓기를 끝내고 주변은 원목을 다시 세웁니다.
밖으로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법정스님의 마지막 "통나무 집"이 완성 되었습니다.

불경을 낭송하며 잠시 간단한 의식을 진행합니다.
주변의 신도들은 계속 "나무아비타불" 합니다.
참석하신 외부인사들께서 국화 한송이를 받칩니다.
낯익은 정치인도 보입니다. 


11시 40분경 불을 붙이기 위해 죽봉을 든 스님들이 주변을 애워싸고
죽봉에 점화를 합니다.


곧 주변의 스님들도 죽봉에 불을 붙입니다.


드디어 법정스님이 누워계신 통나무집에 불을 점화 합니다.
주변의 신도들 께서 일제히 외칩니다.

"스님! 불 들어가요~~"

내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스님! 불 들어가요~~" ,  "스님! 불 들어가요~~"

저도 우뚝 선채로 기도 하였습니다.
주님께 법정스님 가신다고 알려드렸습니다.
더 이상 드릴 말씀을 찾지  못했습니다.


불이 타오르는 동안 스님들께서 주변을 맴돕니다.


아침에 보았던 다비장 초입의 가파른 길로 내려오는 사람들의 물결입니다.
큰 물줄기의 흐름 같습니다.

삶이란 물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거역할 수 없는 대자연의 흐름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비장으로 오르는 분도 계십니다.


입구에서는 각 사찰에서 오신 신도들께서 텐트를 처두고 공양식을 나누어 주십니다.
여기 저기 걸터 앉자 담소를 나누며 허기를 채우고 있습니다.

나도 주먹밥, 생수, 그리고 단무지 몇조각, 김 몇조각을 받아 논두렁에 자리 잡았습니다.
준비한 식수가 바닥나 무척 갈증을 느끼던 터라 반을 훌쩍 마셨습니다.

그리고 먹은 주먹밥!   꿀맛 입니다.


예약해 둔 18:30 여수발 김포행에 탑승하려면 3;00 또는 3:30분 출발 시내버스를 타야 합니다.
그러나 주암호 주변까지 도로에는  차량반 사람 반으로 통행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다비장에 늦게 도착하시는 분들로 부터 듣던 터라 일찍 서둘러야 했습니다. 시내버스도 종점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입구에서 회차하며 정해진 시간 운행은 이미 포기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배낭을 짊어지고 시내버스 운행이 가능한 지역까지 걸어가야 했습니다.

다행히 중간에서 임시버스를 만났습니다. 사람으로 만원이지만 이 버스를 못타면 언제 빠져 나갈 수 있을지 예측이 불가능 합니다. 비집고 올랐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물반 고기반, 사람반, 차량 반으로 도로가 뒤범벅 입니다. 쫙 깔린 경찰도 대책이 없습니다.  버스 기사는 조심스레 밀고 나아갑니다.

다비식장의 불씨는 내일 오전 10~11시경 까지 진행된다고 합니다.
불일암도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 다시 송광사로 돌아갈까 망설였습니다. 순천시내  PC방에서  이것 저것 살펴보다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공항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법정스님김수환 추기경님 함께 내마음 속에 영원히 존재 합니다.
내가 언제 그분들을 만나뵙던 것도 아니고 통화했던 것도 아니잖습니까?
다만 책을 통해서, 그분들의 행적을 통해서 내 마음을 사로 잡았고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두 분과 나는 속세의 이승과 저승 사이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나에게는 영원히 살아계신 존재 입니다.

바램이라면 두 분과 곡차 한 잔 나누지 못한 아쉬움을 떨치는 것 뿐입니다.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아래 누각에서 곡차 나누고 싶은 마음 간절 합니다.

황소생각의 하늘사랑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