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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생각

수원역 앞에서 기인(奇人)이라 자처하는 사람들


지난 목요일 오후 수원역 앞에서 세무사 사무실을 운영중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수원역앞 이쪽편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저쪽편 사무실로 가기위해 역앞 보도를 걷던 내 앞을 중년의 깔끔한 여자분이 길을 막아선다.
그러면서 나에게 뭐라 &%*#@^%$ 말을 했는데 알아듣질 못했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다시 막아서며

"큰 일을 할 분이신데 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네?"
"조상님들이 선생님에게 꽤 공덕을 들였는데 왜 모른척 합니까?"
"뭔 소리 입니까?"
"조상님들의 기대가 무척 큽니다."
"왜 남의 말은 듣지 않습니까?", "남에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아 고생하시는군요."
"뭐 하시는 분이신가요?"
"도를 닦는 사람입니다. 선생님은 오늘 기인(奇人)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나에게 뭔 볼 일이 있습니까?
"수련중에 있으니 10분만 저의 말을 들어 주세요.."
"볼 일이 있어 가는 길이니 곤란합니다."
"선생님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 입니다."
"저의 말을 10분만 들어보시면 고생없이 큰 일을 하실 수 있습니다."
"왜 고생하십니까?"

"허허~~~~벌써 10분 다 된 것 같습니다. 큰 일에 관심 없습니다."
"조상님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마세요.", "제 말을 들어 보시면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려던 나를 계속 막아서며 10분만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간청한다.

"좋습니다. 다른 의도나 조건이 있다면 듣지 않겠습니다." 라고 응하니
"저기서 커피 한 잔만 사 주세요."

바로 옆 수원역사 1층에 있는 커피 전문점으로 이동했다.

역사로비 벤치에 자리하는데 왠 여자 한 분이 나타났다.
"누구십니까?"
"같이 온 사람 입니다."
아마 주변에 있었던 모양이다.
커피 잔을 들고 자리잡으니 슬며시 나타난다.

이후부터 처음 나를 유혹했던 여자는 침묵하고 나중에 등장한 여자가 말문을 연다.

그리고 메모지를 꺼내들고 묻는다. 생년월일 이다.
마치, 사주 보는 느낌이다.
그러나 앞서 여자분이 하던 비슷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조상제사, 칠성당, 성황당, 사주팔자, 조상 묘자리, 풍수지리, 무당 푸닥거리 등등 메모을 그려가며 계속 이야기 한다. 
그러나 메모하는 것은 별 내용이 없어 보인다. 눈여겨 볼만한 그림도 아니다.

한참 이야기중 기억에 남는 꿈 이야기를 해보라고 한다.

"기억에 남는 꿈이 없답니다. 꿈자리에 그리 신경 쓰지 않습니다."
꿈에 대해 나의 대꾸가 없으니 앞서 유사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조상얘기도 들먹인다. 조상이 잘되야 후손이 길하다는 내용이다.
"자! 이제 정리합시다." 라고 하니 다시 꿈에서 본 동물 이라든가 기타 등등 본 것을 이야기 해보라고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꿈 같은 것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토정비결도 보지 않습니다. 신문에 나오는 오늘에 운세를 재미삼아 보는 정도 입니다." 라고 하니 앞서 이야기에 표현만 다를 뿐 또 반복되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그러는 동안  커피전문점 코너의 젊은 아가씨가 이쪽을 힐끔 바라보며 입가에 웃음을 띈다.

그 아가씨 속으로 "저 아저씨 일단 삐기에게 걸렸는데 결과가 사뭇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이제 분위기 파악이 다되었다.

"약속한 10분이 지났습니다. 지금 같은 얘기가 반복됩니다. 마무리 합시다. 아니면 일어섭니다." 라고하자

"조상님을 위해 기도하세요" 라고 하기에 "저는 평소 이웃 잘되라고 항상 기도 합니다."
"아니 조상님을 위해 기도 하셔야죠."
"알겠습니다. 앞으로 조상님 포함하여 기도 하렵니다."
"지금이 기도할 때 입니다."
"지금 당장이요?"
"네, 지금 기도하셔야 합니다."
"아니요, 앞으로 더욱 열심히 기도 하겠습니다."
"지금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이제부터 큰 일을 하시게 됩니다. 조상님들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앞으로 자주하겠습니다. 제가 자주 기도드리면 조상님들께서 감동 받으시고 돌봐 주시겠죠."  "자! 충분히 말씀들어 드렸고, 같은 이야기만 반복되고 끝맺음이 없으니  그만 합시다." 하며 자리를 일어섰다.

끝맺음이 없는 건 아니다.

지금 당장 기도해야 한다는 말이 끝맺음 아닌가? 그들이 구체적인 말을 머뭇거린 것 뿐이다.
다소간의 궁금증에 응했으나 이제 본색이 드러난 것 아닌가?
저사람들이 공연히 길거리에서 저런 짓 하는 것이 아니련만.... 참 나두....
괜한 짓 했다, 커피 두 잔 값이 아깝다 생각하며 발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친구 사무실에 당도하여 방금 역전 앞에서의 상황을 이야기 했다.

친구 사무실은 수원역전 건너편 빌딩의 7층이라 역 앞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친구가 창문밖 역전 앞을 가리키며 "저기 저 사람들도 같은 사람들일세.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몇팀이 그러는 것 같아."

그 사람들에게 걸리면 근방 어디로 데려가 조상님께 기도드린답시고 부적과 상 차릴 명복으로 돈을 요구하는데 최하 10만원짜리 부터 상차림이 있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가 말 못하는 고민은 가지고 있다.

부부문제, 자녀문제, 사업문제, 직장문제, 친구간에 문제, 애정문제, 병환문제, 각종 사건사고  등등 많은 고민, 고통을 않고 있다.  그사람들은 상대방 나이, 성별에 따라 적당히 들먹거리며 모든 원인을 조상님께 돌린다.

해결 방안으로 조상님을 섬기라는 것이다. 그 방편이 무당굿과 유사한 것 아니겠는가?

역전 앞의 그분들도 꿈자리 이야기를 집요하게 물었는데 내가 전혀 내놓는 꿈이야기가 없으니
자신들의 의도에 걸려들지 않아 유사한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늘어 놓은 것 같다.

친구와 술 한 잔 하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이야기 했더니

아내 왈 "그여자에게 관심 있던거 아냐?" 라고 한다.
속으로 "그랬던가 보다. 뒤에서 다른 여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인생은 등산길과 같다.

오르고 내리는 길의 연속이다.
땀 흘리며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넓은 세상, 경치에 시름잊고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인생은 일종의 장애물 경주와 같다.

지금 이자리 까지 얼마나 많은 장애물을 헤치고 왔는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경주이다.
한세상 살다보면 무수한 장애물이 있다.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삶의 묘미가 있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된다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법정스님은 "산에는 꽃이 피네"에서 보왕삼매론을 풀어 설명하셨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병고로서 양약을 삼으라.  몸이 건강할 때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병을 앓을 때 생각해 보라.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인생수업"에서 말한다.

"生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하라."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보자.


수원역전 앞을 지나는 분들이여!

솔깃한 몇마디에 현혹되지 말지어다.
당신의 약한 마음을 교묘히 파고든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상대도 하지 말지어다.

 

 


황소생각의 하늘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