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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 맛집 이야기

지리산 둘레길 4코스(금계-동강) 여정

5월 5일 어린이 날, 친구 넷이 지리산 둘레길 탐방에 나섰다.
제주도에 올렛길이 소개된 이후  전국 각지에 유사한 트레킹 코스가 개발되고 있으며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16개 읍면 80여개 마을을 잇는 300여 km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2011년까지 옛길, 고갯길, 숲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환(還)형으로 길을 완성할 예정이다. 제주도의 올렛길이 바다를 끼고 해안가를 중심으로 조성되었다면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을 배경으로 조성되는 특징이 있다.

둘레길이라 이름하게된 배경은 지리산 둘레 80여개 마을을 이은 800리 길로서 곧장 오르지 않고 "에둘러 가는 길"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 같다. 공식 명칭은 "지리산길" (http://www.trail.or.kr/) 이다.
 

공식 홈피에서 소개하는 금계-동강 구간 4코스 15.2km는  금계마을 - 의중마을 - 서암정사 - 벽송사 - 벽송사 능선 - 송대마을 - 세동마을 - 운서마을 - 구시락재 - 동강마을로 소개하고 있으나 벽송사에서 능선을 넘어 송대마을로 이어지는 구간은 단체이용객들의 무분별한 농작물 채취 등, 주민피해가 빈번한 관계로 '미개통'구간으로 통행할 수 없게 되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이번 탐방로는 벽송사 앞 공중화장실(지도 T)에서 시작하여 벽송사 - 서암정사 - 시누대길 - 의중마을 - 용유교(모전마을) - 세동마을 - 동강마을로 이어지는 코스가 되었다. 능선을 넘어가기에 부담스러운 분에게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서암정사에서 시누대길을 지나 의중마을로 이어지는 코스가 완만한 내리막이며 숲이 우거지고 매우 고즈넉한 옛길이기 때문이다.

지리산 둘레길 4코스(금계-동강) 개략도

벽송사 입구 주차장(공중화장실 앞)에서 바라 본 칠선계곡(추성마을) 방향
철쭉너머로 마을과 다랭이 논이 펼쳐져 보인다.

벽송사 오르는 길

불과 200여m 정도의 거리이다.
푸른 숲길은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봄날의 향연이다.

벽송사 목장승(木長丞)

벽송사 입구에 올라가다 보면 또하나의 명물이 있는데 바로 옹녀와 변강쇠의 전설을 가지고 있는 장승이 둘 이 있다 보통 사찰의 입구엔 일주문이 있지만 벽송사엔 오래된 장승이 있다.
장승에는 돌로 만든 석장승과 나무로 만든 목장승이 있다.

장승의 기원에 대해서는 고대 성기(性器) 숭배에서 나왔다거나 사찰토지의 표지로 이용 되었다는 여러 설이 있다. 또 목장승은 솟대에서, 석장승은 선돌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장승이 지방에 따라 벅수, 벅시, 법수, 수살목, 당산할배 등으로 불렀다. 장승은 소속과 위치에 따라 마을을 지키는 마을장승, 사찰의 입구나 사방 경계에 세워진 사찰장승, 지역간의 경계, 성문, 병영 등에 서 있는 공공장승이 있다.

벽송사 입구의 장승이 제작된 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일제시대 초기의 것으로 전한다.
목장승은 노천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서 있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한다.  이곳 왼쪽의 '금호장군'은 역시 카다란 왕방울 하나만 빼고는 원래의 모습을 상당부분 잃어 버렸다. 그러나 '호법대신'인 오른쪽 장승은 원형이 잘 보전되어 있다.

무서운 것 같으면서도 순박하고, 위풍당당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모습이 즐겁다.
이 장승은 불교와 민간신앙이 어우러진 조형물이다.

범종각

벽송사는 조선중종 15년(1520년) 3월 벽송 지엄대사가 암자를 짓고 개창하였으나 숙종 30년(1704년) 화재로 중건 하였으나 6.25때 법당만 남기고 다시 소실되었다. 판소리 '변강쇠전'의 무대이기도 하며 전쟁당시 빨치산의 야전병원으로 쓰였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범종각이 아니면 오랜 고찰의 흔적을 보기 어렵다.
 

벽송선원과 연등

선원 뒤 좌측이 '도인송'이며 우측이 '미인송' 이다.
벽송사 원통전 뒤에서 마치 벽송사를 보호하듯이 서 있는 거대한 소나무 도인송과 미인송이 있다.
 

도인송은 소나무가 생김이 벌써 곧고 우람찬 모습이 마치 도를 통한 소나무처럼 보인다. 또한 뒤에 보면 상자소나무가 지금 곧게 뻗고 자라고 있어서 불자들은 그 소나무를 상자소나무라고 한다.

도인송 옆에는 정말 빼어나 미인처럼 멋있고 잘 생긴 소나무가 또 있는데 바로 미인송이다.
그 미인송이 작년까지만해도 홀로 서있었는데 이제는 너무 크고 기울기가 심해서 부러질 위기에 처해지자 벽송사에서는 받침대를 세워서 지지를 해 주도록 하고 있다.

벽송선원 뒷켠

서암정사 들어가는 길 '대방광문'
물론 다른 길도 있다.

입구를 지나 돌아 보았다.

대방광문을 지나 바라 본 풍경은 사찰이라기 보다 어느 펜션의 정원같다.

서암정사는 천왕봉을 바라보고, 한국의 3대 계곡으로 유명한 칠선계곡을 마주하는 천혜의 절경에 자리하고 있다. 벽송사로부터 서쪽으로 약 600m 지점에 위치한 부속암자였으나 지금은 사찰로 승격되었고 주변의 천연암석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사찰은 불상을 석굴에 모셔두고 있는데 가이드가 무척 재촉해 둘러보지 못했다. 역시 여행은 호젓이 떠나야 한다. 여행은 머무르며 취해야 남음이 있다.

벽송사와 서암정사 사잇길의 아름다운 꽃들과 기이한 모습의 소나무

서암정사길에서 도로를 벗어나 의중마을로 내려가는 '시누대길'에 접어든다.

대나무 사잇길도 지나고

송림 사잇길에 접어드니 솔향이 코끝을 스친다.
가던 길을 멈추고 싶건만 앞에서 땡기고 뒤에서 민다. 다소 짜증스럽다.

산길에서 만난 마을 주민
인사 나누고 여쭈니 산나물 채취 나오셨다.

의중마을에 거의 다다를 무렵
난, 옻나무를 재배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산길에서 만난 꽃밭과 길을 걷는 둘레꾼.

의중마을에 당도했다.

산중의 겨우살이 땔감도 보이고 둘레꾼을 위한 이정표는 길을 안내한다.
마을을 지켜주는 느티나무  당산목도  보인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의중마을은 고려시대 의탄소(義灘所)라는 지방특산물 탄(灘, 숯)을 중앙에 공납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행정구역인 소(所)였다는 유래에서 가운데 있는 마을이라 의중이라는 이름의 내력을 갖고 있다.  마을 뒤 산쪽으로는 서암정사와 벽송사로 가는 숲길이 있다. 지금은 계곡을 따라 도로가 개설되어 발길이 뜸해졌지만 절로 다니던 숲길로서 옛길의 정취와 그리움이 듬뿍 묻어있는 고즈넉한 산길이다.  오늘 우리 일행이 이 길을 걸었다.

천석꾼의 옛집

모진 세월을 보낸 옛집을 둘러보니 지나가던 마을 어른께서 옛날 일제시대 천석꾼의 집이란다.
노인 붙들고 자세한 얘기를 나누려다 보니 일행을 놓쳤다.
 

일행을 찾으며 정겨운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의중 마을회관에서의 점심식사

의중마을 부녀회에서 준비한 밥상이다.
영업하는 식당이 아니다 보니 식탁도 없으나  매우 훌륭한 밥상이다.
각종 산나물에 준비한 반찬은 어느 영업집 보다 훌륭하고 감칠 맛 난다.
반그릇을 더 비웠다. 오랜만에 과식이다.
친구는 양푼에 산나물 비빔밥을 즐긴다.
 

막걸리 한 잔 하고 싶었으나 영업집이 아니다 보니 준비된 것이 없어 노인들이 드시려던 시원한 소주 두 병을 내어주신다.  산골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푸근한 인심이다.

가이드는 맨바닥에서 식사하는 것이 미안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천만에... 매우 즐거운 식사시간 이었다.

참고로 의중마을에서 민박 할 경우 아침, 저녁식사 포함 1박에 1인 2만원 이라고 한다.
1박+맛있는 두끼 식사+푸근한 인심+아름다운 자연 = 2만원 이면  very very good!

의중마을을 벗어나 엄천강변 둘레길에 접어들었다.
강변 숲길로 용유교 모전마을 까지 이어진다.

강변에 핀 철쭉

용유교와 용유담

강변 숲길을 지나 모전마을 용유교에 다다랐다.
강변으로 내려가 살폈다.

용문교를 지나 세동마을을 거쳐 송문교 가는 길

용문교를 지나면서 부터 강변 포장길을 걷는다.
둘레길의 아쉬움 이라면 포장도로 구간이 많다는 점이다. 한여름에 걷기에는 부담스러운 길이다.

세동마을은 전형적인 지리산 산촌마을로 한 때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조선종이(닥종이) 생산지로 주변 산에는 닥나무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송문교 인근 길가에 꽃들이 화려하다.

"봄철에 꽃에게서 배우라."고 법정스님은 "살아있는 것은 다행복하다"에서 말한다.
"풀과 나무들은 저마다 자기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그 누구도 닮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 풀이 지닌 특성과
그 나무가 지닌 특성을 마음껏 드러내면서
눈부신 조화를 이루고 있다.

풀과 나무들은
있는 그대로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생명의 신비를 꽃피운다.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신들의 분수에 맞도록 열어 보인다.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되고,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피면된다.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진다.
이런 도리를 이 봄철에 꽃에게서 배우라."

굽이 흐르는 엄천강

"최고의 선이란 물과 같다"(上善若水)
"물이란 능히 만물을 이롭게 하되 다투지 아니하고,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까운 것이다”라고 노자는 말한다.

구시락재

운서에서 동강마을에 이르는 구시락재는 조선말 유학자 김종직 선생이 지리산을 오르고 쓰신 "유두류록"에 나오는 옛길이다.

어느 길을 갈 것인가
우리 앞에는 항상 오르막길과 내리막 길이 놓여 있다.
이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각자의 삶의 양식에 따라서
오르막길을 오르는 사람도 있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

만일 우리가 평탄한 길만 걷는다고 생각해 보라
그 생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그것은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오르막 길을 통해
뭔가 뻐근한 삶의 저항 같은 것도 느끼며 거듭 태어날 수 있다.

동강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지리산 둘레길 4코스(금계-동강)의  마지막 지점이며 5코스(동강-수철) 구간의 출발점이다.

동강마을 내려가는 길목에서

휴경지에 예쁜 꽃들이 피었다.
친구아내가 뭔꽃이라 하건만 기억이 어둡다.
허허! 6명 단체사진이 한 장도 없구먼....

막걸리 파티

가이드가 깜짝쇼로 준비한 막걸리 파티...
두부 김치에 시원한 막걸리가 준비되어 목을 축였다.
막걸리 맛 쥑인다...

엄천교 위에서

상류방향을 바라 보며 아쉬운 일정을 마무리 한다.
벽송사 앞 주차장에서 11시에 출발하여 4시 30분경 목적지에 도달했다. 예정보다 1시간여 단축되었다.


마무리 하며....

단체 모집관광에 참가하여 짜여진 일정에 맞추다 보니 몇몇 곳을 꼼꼼하게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만나는 주민들과 대화시간을 갖지 못한 것도 아쉽다.
포장길 구간이 많다는 점이 아쉬움이다.
역시 단체 관광은 내 취향이 아니다.
일상을 벗어난 여행은 천천히, 즐기며, 호흡해야 한다.
 

둘레길 구간 곳곳에 "빨치산 루트"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지난 슬픈 역사의 현장을 포함하여 코스를 탐방하는 것도 좋을듯 하다.
이럴 경우 코스는 다소 힘들어 진다.
빨치산의 흔적은 깊은 산중에 있기 때문이다.

바닷가 제주도 올레길은 탁 트이는 맛이 있다면 지리산 둘레길은 곡선미의 대자연과 숨결을 같이 한다는 점이 좋았다.
푸른 숲, 화려한 꽃, 굽이치는 강물, 능선 위에 걸친 구름, 계곡따라 만들어진 다랭이 논, 솔잎향기, 바람소리, 물소리,  아스라히 보이는 길....

부녀회에서 준비한 점심식사도 훌륭했다.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 주신 의중마을 부녀회원님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