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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지혜

나를 일으켜 주는 손

(살며 생각하며)  

1992년 8월, 영국 출신의 데릭 레드몬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올림픽에서 400m 계주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습니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예선을 통과했지만 준결승 레이스가 반쯤 진행됐을 때, 그만 햄스트링이 파열되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데릭은 필사적으로 경주를 끝마치려 했으나 그에게는 아직도 반 이상의 거리가 남아 있었습니다. 극심한 통증으로 걸을 수가 없었던 그는 껑충껑충 뛰기 시작했습니다. 한 발을 내딛자 인상이 찌푸려졌고, 두 발을 내딛자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 장면을 목격한 데릭의 아버지 짐 레드몬드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들에게 달려가야만 했습니다. 그가 있던 관람석에서 어떤 정식 절차를 거쳐 경기장으로 출입하는지도 몰랐지만 그는 그곳을 향해 가야만 했습니다. 그는 난간을 뛰어 넘어서 너무 놀라 막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안전요원들을 밀치고 간 것도 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그 순간 더 이상 올림픽을 즐기는 관중이 아니었습니다. 짐 레드몬드는 아버지였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들에게 가야만 했습니다.한달음에 달려온 아버지를 보고 데릭이 말했습니다. “아버지…… 저를 5번 레인으로 데려다주세요. 경주를 끝내고 싶어요.” 그리고 서로에게 기댄 채 아버지와 아들은 트랙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가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장 안의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그들을 응원했습니다. 그들이 함께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우승자에게 보내는 박수보다 훨씬 더 큰 박수갈채가 온 경기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올림픽조직위원들은 불꽃으로 하늘을 장식하고 각국의 왕과 여왕을 초청할 수 있었고 얼마든지 화려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지만 그 순간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목격했던 장면은 그 모든 것보다 더 값진 어버이의 사랑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마술이었던 것입니다.나의 주변에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어떤 것보다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나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룩한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나의 세상이 무너져 내린다고 하더라도, 엎드려 있는 나에게 다가와 손을 붙잡고 일으켜 세워주며 말없이 나를 안아줄 수 있는 이가 바로 어버이입니다.

주변의 시선이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려움에 빠진 아들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이도 바로 어버이입니다. 내가 잊고 있을 때에도 나에 대한 사랑을 거두지 않는 어버이를 기억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야겠습니다.

황소생각의 하늘사랑

<자료 : 공군본부 정훈공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