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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생각

바다로 향한 활시위


재작년 11월 영흥도에서 조개구이 먹으며 하룻밤 보낸 친구들과 다시 모였다.
원래계획은 지난 겨울 삿포로 여행을 작정했지만 여차저차하여 물거품이 되었다.

얼마전에도 수원에서 저녁을 함께했지만 역시 술맛은 허리띠 풀러놓고 마셔야 제맛이다.

항상 부부동반 모임이지만 남자 셋이 술타령을 시작하면 아내들은 대기기사가 되어버린다.


자연히 술자리도 둘로 나눠진다.

그러니 마시는 남자나 지켜보는 여자나 개운치 않다.
삿포로도 물거품 되었으니 하루 뭉치자는 계획을 여자들이 준비했다.

이렇게 작정하고 모이면 권하고, 따르고, 박장대소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오늘은 소주 12병에 막걸리 2병, 맥주 큰 놈으로 2병을 해치운 것 같다.

오늘의 화제는 사물관찰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친구의 구상이 대화 주제였다.
공직을 퇴직하고 수원역 앞에 세무사 사무실을 차렸지만 일은 뒷전이다.
특허준비에 여념이 없다.

오늘 모임도 큰맘먹고 나왔다. 시간이 아깝다나.....?
문만 열면 콧바람 쐬는 것을 멀리 갈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먼저 도착한 친구부부가  양평읍내에서 장을 봐왔다. 등심을 숯불에 구우며 잔이 계속 돌아간다.)

오늘은 88년도 인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사무실에서 단체로 어느 저수지로 낚시를 간 것 같다.
대낚시를 하는 사람, 릴낚시를 하는 사람, 떡밥에 바늘을 꿰어 멀리 던지는 사람 등등이 있었을 터인데....
낚시 다녀 온 며칠 뒤 한가한 토요일, 사무실에서 나에게 화두를 던졌다.

"떡밥을 왜, 힘들게 저수지 멀리 던지려 하는가?"
"화살로 쏘면 될 것을...."

문득 기발한 생각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떡밥 뭉치가 허공을 나를 때, 또는 물에 떨어질 때 충격에 파손될 것 같았고
화살이 낚시줄을 끌고 얼마나 나를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진지한 대화에 오늘 자리를 함께하는 셋 이외에 다른 동료들까지 끼어들었다.

퇴근후 모두 인천 월미도 앞바다로 나갔다.
아직 토요일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고 나이드신 분께서 혼자 낚시를 드리우고 계신다.
친구가 그분에게 같은 이야기를 하자 기막힌 아이디어라고 맞장구 치신다.

내가 제안했다. 직접 실험하기로...
당시 월미도 앞은 지금같지 않았다.
바닷가에는 화살을 쏘아 맞추면 경품을 가져가는 오락장도 있었다.
우선 그 오락장에서 넥타이 정장의 신사들이 팔아준 다음 주인장에게 부탁했다.
활과 화살촉을 여차저차 하니 빌려 달라고 요청하고 비용을 치르기로 했다.

낚시줄과 떡밥은 인근 낚시가계에서 구입하여 바다를 향해 떡밥을 발사할 준비를 진행했다.
그러는 사이 토요일 오후 놀러나온 많은 분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었다.
넥타이 맨 신사들이 하는 짓거리가......
드디어 준비가 완료되었다.
구경꾼들이 우리주변을 에워쌓았다.

(밤에 비내리고 황사가 자욱한 무척 흐린 날이다. 옆집너머 남한강 이다)

 

바다를 향해 화살 1발 준비....쏴......
시위를 떠난 화살은 허공으로 오르지도 못하고 발아래 방파제 밑으로 떨어졌다.
다시 시도....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화살은 묶인 낚시줄을 끌고 나르지 못했다.
주말의 헤프닝은 이렇게 끝났다.

셋이 모여 술한잔 나누면 단골로 등장하는 안주거리다.
어쨓튼 친구는 항상 주변에 관심이 많아 매만지고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친구 아내왈 "옛날 촌구석에서 장난감 없이 놀던 어렵던 시절의 환상에서 살고 있다고..." 
어찌되었건 자신이 준비하는 특허를 상업화하면 친구 세 집은 걱정없다고 하면서 술 잔을 돌렸다.
밝은 미래를 생각하며 건배가 계속되었다.
 


(돌아오는 길 강촌리 강변 - 멀리 보이는 산이 운길산 자락이다)

2010. 3. 19. 경기 양평 개군 앙덕 동야루에서....
황소생각의 하늘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