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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 맛집 이야기

DMZ 평화의길 15-1코스, 철원의 비극을 걷고 평화를 느끼다

2025년 6월 7일 토요일, 오후 1시 30분.
황소생각은 철원 백마고지역에서 시작해 고석정까지 이르는 DMZ 평화의길 15-1코스를 완주했다.
총 거리 24.38km, 소요 시간은 8시간. 발걸음은 더디었고, 생각은 깊어졌다.

이 길은 단지 자연을 걷는 길이 아니다.
그 위엔 전쟁과 이념,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희망이 덧칠되어 있다.

<철원 백마고지역과 주변 >


백마고지역에서 시작하는 고요한 긴장감

연천역 앞에서 출발한 시내버스와 신탄리역에서 농어촌버스를 갈아타고 백마고지역에 도착.
들판을 따라 걷기 시작한 나는 곧 철책과 지뢰지대 안내판 앞에 섰다.
오래된 경고판과 바람에 흔들리는 철조망 사이로,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소이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철책 길을 지나 방어벽 앞에는
"촌뜨기길"이라는 이름의 팻말이 서 있다.
그 아래에는 장군이와 안악굴, 순사부장의 이야기 같은 민초들의 삶이 담긴 글귀가 쓰여 있다.

“촌뜨기길 ④
 장군이가 조상 대대로 안악굴 꼭대기에서 화전, 숯, 함정을 놓아 생활했는데 
 일본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금지하였음
 - 화전 : 일본 미쓰이에서 둘레가 100리나 되는 땅을 팔아먹어서 화전 금지
 - 숯 제작 금지
 - 함정 설치 금지 : 장군이가 파놓은 함정에 사냥 나온 순사부장이 빠져서 유치장 신세를 짐
    * 안악굴 : 안영골의 옛 이름, 아흔아홉 골짜기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

웃기지만 씁쓸하다. 우리는 늘 그렇게 살아남아 왔다.

< 철원 백마고지역에서 소이산 입구 가는 길 >


소이산, 봉수대 그리고 궁예의 숨결

소이산은 높지 않다. 해발 352.3m.
하지만 그 위에서 바라보는 철원평야는 탁 트여 있다.
고려 시대 봉수대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고, 궁예가 터를 잡았던 "동주산성"도 남아 있다.

철원 역사문화공원”에서 모노레일이 오르내리고,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오가지만
나는 발로 걷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기록하며 조용히 길을 걷는다.

< 소이산 입구 주변과 모노레일 >


옛 철원  노동당사, 전쟁의 유산

길을 따라 다시 걷다 보면 철원 노동당사에 도착하게 된다.
1946년, 철근과 시멘트로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은
한국전쟁의 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지금까지 서 있다.

총탄 자국이 남은 도로원표.
그 위에 적힌 평양, 원산, 김화, 이천...... 이름들이 생경하면서도 아프다.

< 철원 역사문화공원의 노동당사 흔적 >


도피안사, 865년부터 지금까지

넓은 논을 지나, 금강산 철교 잔해와 방어벽을 지나며
전쟁의 흔적을 따라 3.2km쯤 걸으면 "도피안사"에 도착한다.

이 절은 신라 경문왕 5년에 창건되어 국보 제63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과 
보물 제223호로 지정된 높이 4.1m의 화강암으로 된 3층 석탑을 품고 있다.

금강산 철도의 흔적도 이 주변에 남아 있지만, 지금은 침묵만이 흐른다.
금강산의 관광을 목적으로 부설된 한국 최초의 관광전기철도선이다.

경원선의 지선으로 철원-김화-내금강 사이 116.6km가 1931년 7월 1일 개통되어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이용하였다.
서울역에서는 직통 침대차가 운행되기도 하였고,

1942년 영업실적이 여객 90여만명, 화물 23만여 t을 기록하였으나
한국전쟁 이후 철도 이용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 도피안사 주변과 금강산 철도 흔적 >


"학저수지", 생명의 빛이 비치는 곳

"도피안사"를 나서면 곧 "학저수지"를 만나게 된다.
4.5km에 이르는 데크로드, 물가를 따라 자라는 갈대와 야생화,
수생식물, 철새들이 이곳을 생명의 터전으로 삼는다.
노을이 내려앉은 "학저수지". 떠나고 싶지 않다.

고요하다.
사진 애호가들이 모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철원 학저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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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리 마을의 담벼락, 추억과 현실의 사이

"학저수지"를 지나 "철원 무지개길"을 따라 800m쯤 걷다 보면 오덕리에 닿는다.
이 마을은 살아 있는 박물관처럼 시간의 층위를 보여준다.
허물어진 주택, 색이 바랜 슈퍼 간판, 세월을 이야기하는 만물상 
담벼락에 적힌 "철원 학마을에 평화의 꽃이 피었습니다."

그리고 덕고개 쉼터의 팻말 속 글귀는,어느 시절 사람들의 여유와 농담을 품고 있었다.
나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여유, 남색 부자양반 팔자걸음길, 
보릿고개란 도시락에 보리밥을 싸오라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학마을 학생들의 추억의 소리이다. 
그리고 “한 장 내어줘라!”라는 말은 
노름에서 지자 갖고 다니던 땅 등기를 팔아먹는 소리이다. 
이 무슨 배부른 소리냐 할 수 있겠지만, 
학마을 사람들은 기름진 대야잔평과 맛좋은 철원 오대쌀 덕분에 
늘 풍요롭고 여유로워서 이런 우스갯소리가 생겨났다고 한다.」

웃음 뒤에 있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깊다.

< 오덕리 마을 >


한탄강 주상절리, 그리고 어둠 속의 고석정

마을을 벗어나 칠만암 입구에 닿지만, 
시간 때문에 통과하지 못하고
곧장 한탄강 주상절리길, 한여울길로 접어든다.
깎아지른 현무암 절벽과 푸르게 흐르는 한탄강.
무성한 숲 사이로 직탕폭포, 송대소, 태봉대교, 은하수교를 지난다.

저녁 7시 50분, 
은하수교 앞을 지나며 어둠이 깔린다.
서울행 막차는 이미 떠났고, 나는 고요 속을 서둘러 고석정으로 향했다.
긴 하루였다. 그리고 긴 사유의 길이었다.

< 한탄강 주상절리길 >


철원, 전쟁의 흔적과 영원한 평화의 가능성

DMZ 평화의길 15-1코스는 철원의 땅을 가로지르며
과거와 현재, 비극과 희극, 침묵과 생명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길 위에 선 나는 생각한다.
황소생각은 왜 걷는가?
아마도 기억하기 위해,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이 길을 따라 영원한 평화가 올 수 있기를 바라며.

< 한탄강 주상절리길 >


< 교통편 안내 >

연천역행 전철 : 서울지하철 1호선 이용(서울역 또는 창동역에서 환승)하여 연천역 도착(배차간격 :1시간 내외)
버스이용 : 
            1. 연천역 앞에서 39-2 연천 버스로 신탄리역(15km)까지 이동(하루 50회, 약15~20분 간격)
            2. 광역버스 G2001 : 도봉산역광역환승센터 출발, (경유 - 의정부시외버스터미널, 동두천역, 전곡시외버스터미널)
                                            신탄리역까지 이동(종점)

농어촌버스 이용 : 신탄리역 앞에서 철원 농어촌버스 13번으로 백마고지역(6km), 노동당사, 철원 동송으로 이동 가능
            운행시간 : 신탄리역앞 출발(하루 13회, 출발시간 아래 참고)
                              06:55, 08:05, 09:20, 10:35, 11:55, 13:15, 14:30, 15:55, 17:10, 18:25, 19:35, 20:50, 22:10
                            * 철원 동송 시외버스터미널근처 이평리에서  출발시간은 위의 시간 25분 전에 출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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