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남기는 가장 깊은 사랑은
어쩌면 함께한 시간의 무늬가 아닐까요.
올봄, 나는 손주들과 정동진과 추암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 발자국마다 추억이라는 이름의 꽃이 피었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꺼내봅니다.
1. 바다로 향하는 열차 – 시간의 터널을 지난 아침
어린이날,
여태껏 장난감이 최고의 선물이었지만
이젠 마음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더욱 귀하다.
그래서 우리는 떠났다.
기차를 타고, 시간의 터널을 지나
파도와 바람이 머무는 바다로.
5월 4일, 첫째 날
청량리역에서 정동진으로 향하는 KTX-이음 열차에 올랐다.
손주 셋, 그 작은 어깨를 건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오래도록 꿈꾸던 할아버지가 되었음을 느꼈다.
2. 정동진 해변과 수상보트 - 파도보다 환한 웃음
정동진에 도착한 우리는
라면 한 그릇, 만두 몇 알로 점심을 나누고
조개를 줍고, 파도를 피해 뛰놀고,
모래 위에 성을 쌓았다.
그 웃음들이 바다에 흩어지고
기억이란 이름의 파도에 실려 멀리까지 번져간다.
이어서 수상보트를 타야 한다는 손자 둘,
무섭다는 손자 하나가 타협하여
수상보트를 몸을 싣고
물살을 헤치며 바다로 나아간다.
정동진 바닷가,
그 끝없이 펼쳐진 푸른 수평선 위를
하얗게 일렁이는 물살을 가르며
수상보트는 바람처럼 달린다.
수면 위를 날듯 달리는 그 속도감과 보트의 소음
심장이 춤을 추는 듯,
무섭다던 손자는 웃고, 타야한다고 주장하던 손녀는 울고
생각들이 바람 속으로 흩어진다.
정동진의 수상보트,
그건 단순한 탈것이 아니다.
일상의 무게를 벗어 던지고
자유라는 이름의 물결 위에
잠시 몸과 마음을 맡기는 의식이다.
3. 레일바이크 위의 바람 – 철길을 따라 흐르는 추억
정동진 해변,
기찻길과 바다가 나란히 누운 그곳에서
레일바이크를 타면,
마치 시간 위를 달리는 기분이 든다.
페달을 밟는 발끝엔 약간의 힘,
하지만 마음은 어느새
가벼운 구름이 되어 떠오른다.
철길 위를 덜컹이며 달리는 바퀴 소리는
과거의 기억을 흔들고,
눈앞의 푸른 바다는 미래를 비춘다.
정동진의 레일바이크
그건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바다를 따라 흘러가는 추억의 레일,
느리지만 깊은,
삶의 속도를 다시 기억하게 하는 길이다.
4. 썬크루즈와 해돋이공원 – 바다 위의 사색
해돋이공원, 썬크루즈,
바다를 향해 걸려 있는 거대한 배에 올라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손주들과 차를 마시며
나는 세상의 가장 높은 사랑을 바라보았다.
5.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 절벽과 바다 사이를 걷다
다음 날,
우리는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을 걸었다.
해안단구 절벽과 바다 사이,
깎아지른 세월 위에 세워진 데크길을 따라
아이들은 투구바위와 육발호랑이의 전설과
부채바위의 전설도 들었다.
윤슬 카페에 앉아 음료를 마시는 동안
햇살은 파도 위에서 부서지고,
그 반짝임은 아이들의 눈동자에 담겼다.
돌탑 위에 손을 모아 소원을 빌며,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기도를 올렸다.
6. 모래시계공원 – 시간이 머무는 마을
점심으로 해물칼국수를 먹고,
모래시계공원에 들러
작은 기념품 하나에 하루의 빛을 담았다.
정동진역에서 추암해변으로 향하는 누리호 열차에 몸을 싣고
또 하나의 추억을 이어 붙였다.
7. 추암으로 향하며 – 기억이 되어가는 여정
남긴 사진은 451장.
그러나 이 여행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도 충분하다.
“사랑하는 손주들과 함께 바다를 걸었다.”
시간은 흘러가도,
그날의 햇살과 파도소리,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은
이 글 속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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