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바닷가에 남긴 발자국 - 손주들과의 5월, 그리고 기억"에
이어서 계속되는 추억여행 기록입니다.
🌊 정동진에서 추암해변으로 이동하여 보낸 어린이날의 기억
2025년 5월 4일 오후, 정동진역 플랫폼에 섰을 때
하늘은 맑고 바다는 잔잔했다.
손자 셋, 손녀 하나, 그리고 우리 두 노부부.
기차는 누리호, 목적지는 추암역.
눈동자에 바다가 담기고, 아이들 손엔 기대가 쥐어졌다.
오후 2시 50분, 추암역에 도착했다.
숙소는 바다 가까운 민박집.
짐을 내려놓고,, 우리는 곧장 추암해변으로 걸어갔다.
아이들은 모래 위를 달리고, 무릎까지 물속으로 들어가고
파도에 젖으며 바닷물 속에서 조개를 줍고, 모래성을 쌓았다.
바람은 점점 거세졌고
해풍에 파도도 높아졌지만
아이들의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온몸이 물에 젖었어도, 더 놀고 싶다는 눈빛.
그 아쉬움을 달래려
“대게 먹으러 가자”는 유혹에 환하게 웃는 얼굴.
저녁은 “동해러시아 대게마을”.
찐대게는 손이 많이 가도, 손주들 입가엔 미소만 가득했다.
국물 진한 대게라면, 고소한 대게볶음밥.
모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밤, 숙소 창문 너머로
파도소리는 잔잔한 자장가처럼 흘러들었다.
아이들은 금세 꿈속으로 빠져들었고
나는 천천히, 하루를 되새겼다.
🦁 역사의 바람을 따라 걷다 — 이사부사자공원과 촛대바위
어린이날 아침.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투명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이사부사자공원으로 향했다.
삼척 출신 이사부 장군의 이름을 딴 이곳.
울릉도와 독도를 품은 그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만든 공원이다.
오늘은 아쉽게도 휴일이어서 휴관.
실내 전시는 닫혀 있었지만
아이들은 동물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놀이터에서 뛰어놀며 한참을 웃었다.
10시, 우리는 촛대바위로 향했다.
기암괴석 사이로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발걸음엔 처음엔 망설임이 있었지만
곧 손을 꼭 잡고 건너는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추암조각공원에 들러 다양한 조형물을 둘러봤다.
하늘과 바다 사이, 사람의 손이 만든 형상들은
자연 속에서도 조화롭게 빛났다.
🍜 동해의 맛, 그리고 기차 안의 고요함
점심은 한섬주변 “동해막국수”집
이곳은 지난 3월, 할비 홀로 해파랑길을 걸으며 다녀갔던 곳으로 다시 찾았다.
서울에서 먹기 어려운 회막국숫집이다.
회막국수와 수육을 주문했다.
면발은 탱글 했고, 수육은 달콤했다.
아이들은 수육을 접시에 가득 담아
어른들보다 더 빠르게 해치웠다.
놀고 나면 배가 고프다는 말은 참이다.
오후 3시 21분, 동해역에서 청량리행 열차에 올랐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이들과 아내는 기차 안에서 스르르 잠들었다.
차창 너머, 바다가 멀어져도
마음속엔 여전히 파도가 잔잔히 일었다.
🌅 에필로그 - 마음 깊은 곳에 남은 바다
삼일 동안 나와 할미는 손주들과 함께 열차를 타고,
바닷가를 걷고, 모래성을 쌓고, 바람을 마시고,
웃음을 나눴다.
사진은 수백 장이지만,이지만,
기억은 그보다 더 많다.
한 장 한 장, 손에 잡히지 않아도
가슴속엔 선명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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