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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 맛집 이야기

🌊 해파랑길 26코스 — 황소생각, 바람이 이끄는 길 위를 걷다.

2025년 4월 27일 아침 8시, 
울진 수산교 앞에서 시작된 나의 걷기는 오래된 기억의 문을 열어젖히며 출발했다.

전날 기성역에 내려 해파랑길 25코스를 완주하고, 
왕피천이 흐르는 수산교 앞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의 길.
이 길은 낯설지 않았다.

5년 전, 2020년 2월. 
황소생각이 자전거로 동해안을 따라 이 길을 달렸고, 
바다 내음과 바람의 감촉은 그때 그대로였다.


왕피천을 건너면 펼쳐지는 광활한 울진엑스포공원. 또 다른 이름은 울진왕피천공원
강과 바다가 만나는 그 지점엔 
200년 넘은 소나무 1,000그루가 자생하는 숲이 있다.
생태공원과 체험관, 곤충여행관, 다도체험장, 아쿠아리움이 들어선 이 땅은 
단순한 휴식처가 아닌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공존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바다 건너는 케이블카는 
관동팔경 중 첫 번째인 망양정으로 이어지며, 
시공간을 넘는 경관을 품는다.

< 울진 엑스포공원 OR 울진왕피천공원 >


이 길을 걷다 보면 
해변의 송림과 캠핑카가 머무는 염전해변을 지난다.

이어서 남대천이 바다와 만나는 자리엔 
물고기 은어 모양의 유려한 곡선형 다리가 놓여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 염전해변 >
< 울진 은어다리와 주변, 동해안 자전거길 인증센터 위치 >


남대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연꽃으로 이름난 연호공원과 월연정을 만나게 된다.
비록 지금은 연꽃이 피지 않았지만, 
고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팔각정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해 준다.

< 울진 연호공원 >


연호공원을 지나 도로와 마을길 1km를 따라가면 
다시 바다가 열린다.이곳부터는 본격적인 해변길. 

해변길 약 7.5km를 따라 걷는 동안,
모래밭에 뿌리내린 해당화와 소나무는 바다의 친구처럼 길을 함께 걷는다.
그 길 위에 봉평 해변이 있다.

기암과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에 가슴이 트이고, 
동시에 쓰라린 기억이 떠오른다.
화재로 잿더미가 된 소나무 군락지.
그 자리에 남은 검은 흔적은 자연의 아픔이자 인간의 상처다.

< 울진 봉평해변 >


마을을 지나며 보게 된 초가집과 현대식 주택은
마치 시간의 이음매 같았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현재의 모습들.....

바닷가에서는 미역을 다듬는 아낙네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걷는 길
주렁주렁 매달린 미역 줄기, 짭조름한 갯내음

12시 55분, 죽변항구 근처 해파랑길 26코스의 스탬프함에 도착했고,
해변가 식당에서 점심식사을 하고 2km를 더 걸었다.
봉평리의 신라비 전시관을 둘러본 뒤, 
오후 3시 10분. 죽변역에서 오늘의 길을 마무리했다.

< 봉평리 신라비 전시관 등....>


이날 나는 19.0km를 7시간 10분에 걸쳐 걸었고,
그 길 위엔 오래된 나, 지금의 나,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내가 함께 있었다.
걷는다는 건 기억을 꺼내고, 삶을 다시 쓰는 일이다.

황소생각의 해파랑길 26코스 트레킹 일정을 마무리한다.

< 황소생각의 램블러 측정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