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손주 이야기

나의 첫 손자가 생애 첫 외박하는 날

생후 19개월의 첫 손자가 생애 첫 외박하는 날입니다.

손자의 생애 첫 시련 입니다.

 

동생 맞이할 준비를 위해 과감히 엄마, 아빠 품을 떠나 할아버지 집으로 왔습니다.

지금, 이 시간 할머니 품에서 잠들었어요.

천사의 모습입니다.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은 세상에서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후 4시경

아빠와 함께 유아원으로 갔습니다.

몇 개월 만에 만난 손자는 선생님과 함께 교실을 나와 신발장에서 자기 신발을 꺼내듭니다.

그리고 아빠가 곁에 있음에도 바닥에 앉으며 신발을 할아버지에게 내 밉니다.

 

할아버지 집에 도착하기까지 약 2시간

할아버지와 장난하며 왔습니다.

운전한 아빠는 허리 아파 죽겠다고 엄살입니다.

 

아빠와 집에 도착하여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며 엄마를 가리킵니다.

"엄마, 엄마" 순간 긴장됩니다.

 

오후 6.

평소처럼 아빠와 할아버지가 손자의 저녁밥을 챙깁니다.

쇠고기 국에 세 스푼 밥을 말고 가지나물, 계란 프라이 곁들여 저녁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아빠는 슬그머니 엄마 곁으로 사라집니다.

 

아빠가 사라진 줄 모르고 EBS 어린이 방송을 보며 춤을 춥니다.

과자와 포도 10송이를 디저트로 준비했습니다.

방송을 보며 과자와 포도를 맛있게 먹습니다.

 

 

포도 첫 송이 입에 넣더니 오물~오물~ 한 후 껍질을 뱉어 냅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머지 포도를 먹어치웁니다.

더 달라고 접시를 가리킵니다.

과식하는 것 같아 모른척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송을 보며 춤을 춥니다.

불쑥 튀어나온 배도 내밀어봅니다.

 

 

잠시 후 주변을 둘러보더니

"아빠. 아빠...." 합니다.

다시 긴장됩니다.

 

그러나,

다시 자리에 앉더니 과자 비닐봉지 3, 포도껍질 담긴 접시를 들고

내 얼굴을 바라봅니다.

 

나는 눈치챘습니다.

버릴 곳, 정리할 곳이 어디냐는 손자의 질문입니다.

휴지통과 싱크대를 알려주었습니다.

과자봉지는 휴지통에 넣고, 접시는 싱크대에 둡니다.

나는 박수를 쳐주고,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나는 잠시 주변 정리하려던 순간에

손자는 이미 자기 신발을 스스로 신고 유모차를 흔듭니다.

나가자는 뜻이겠지요.

 

하던 일을 멈추고 대문 밖으로 나왔습니다.

옆집 대문 앞에 멍멍이가 쭈그리고 있습니다.

손자는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손자의 기세에 눌린 멍멍이가 대문 안으로 사라집니다.

 

 

 

유모차에 손자를 태우고 양재천변으로 나왔습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양재천에는 청둥오리와 큼직한 잉어 무리 때가 보입니다.

손자가 넋을 놓고 내려다봅니다.

 

 

잠시 후,

유모차의 손잡이를 가리킵니다.

이동하자는 뜻이겠지요.

 

이미 어둠이 깔리는 시간입니다.

하늘은 흐립니다.

그러나 물소리가 우렁찹니다.

밤새, 아침나절까지 큰비가 내린 뒤이기 때문입니다.

 

 

물소리 나는 곳에 잠깐 머물다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평소 9시경 취침한다는 손자의 몇 가지 생활습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집에 돌아오니 마침 외출했던 할머니도 돌아옵니다.

할머니와 포옹한 손자는

할머니가 옷을 갈아입는 사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립니다.

표정이 진지합니다.

 

 

간혹 엄마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려할 정도로 보채지는 않습니다.

여동생을 기다리는 오빠,

동생을 출산해야 하는 엄마의 고통을 이해하는 듯

피아노 건반을 진지하게 두드릴 뿐 투정 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재워야 합니다.

이미 9시입니다.

 

손자와 함께 옷을 벗고 샤워합니다.

손자가 할아버지와 자신의 몸에 샤워기로 물을 뿌려줍니다.

 

 

그리고 할머니와 잠자리에 듭니다.

할머니의 자장가 소리 들리고 얼마 뒤 잠이 듭니다.

 

잠든 손자를 꼬옥 안아주고 싶습니다.

밤새 지켜보고 싶습니다.

 

부디, 천사들과 춤추는, 노래하는 시간을 보내고

내일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2017.7.29.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