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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과 함께하는 세상

작지만 소중했던 하루

5월1일 오랜만에 계룡산을 찾았다.
계절이 수상할만치 짖꿎은 봄날씨가 오늘은 청명하기만 했다.
비가 잦은 탓인지 계곡의 봄노래는 우렁차고 푸르름은 피곤한 몸과 마음을 녹여준다.
자연으로 길을 찾아 나설 때면 항상 느낀다.
어머님의 포근한 가슴을 느낀다.

노자는 대자연을 어머니로 비유했다.
어머니는 낳고 기르되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生之畜之 生而不有)
대자연은 인간을 품어주되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대자연을 지배하려 한다.
인간들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한다.
인간은 스스로 창조하며 이 세상을 지배하는 유일한 존재라고 말한다.
신(神)이 존재한다면 동의할까?  대자연이 동의할까?

대자연의 수 많은 피조물중 하나에 불과한 인간이 대자연을 오남용 하고 있음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대자연이 지금 분노하고 있음을 알고 자연의 섭리에 감사하며 순응해야 한다.
대자연에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
 
산길을 오르며 문득문득 옛일도 생각난다.
총각시절, 당시 가깝게 지내던 직장동료와 동학사에서 갑사로 이어지는 겨울 등산길에서 만난 아가씨들과 계곡에서 점심 준비하던중 발이 미끄러져 차가운 계곡물에 빠져버린 아가씨가 떠오르고, 대전에서 나의 특강을 듯던 공무원들의 긴급제안으로 산을 올랐던 때,  갑작스레 고인이 되어 막대한 손실을 안겨 주었지만 나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추진하던 박사장과 동학사 입구 식당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때,....

대자연을 즐기며,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한 발짝 한 발짝 산을 오르다 보니 해발 816M의 관음봉을 알리는 표지석이 다시 찾은 나를 반겨준다.


계룡산 관음봉



정오쯤 도착한 동학사 입구 "텃밭" 식당 앞에서

오늘 모임은 공군의 국민조종사 네이버 카페 제트윙스(jetwings)에서 만든 자리이다.
당초 모임을 계룡대에서 진행하려 했으나 천안함 사건으로 변경이 불가피 했다.
하여, 제트윙스 회원 6분과 공군에서 두 분의 장교가 참석한 조촐한 자리가 되었다.



점심 상차림

동학사 입구 "텃밭" 식당에서 모여 점심식사 메뉴로 청국장이 준비되었다.
공군의 K중령님께서 사전 예약해 두었다.
깔끔한 상차림에 친절하고, 시원스런 아주머님의 맛이 더해져 일품이다.

여행중에는 "먹는 것이 절반이다" 라는 말이 있다.
에너지가 되며 피로를 풀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음식맛에 주인과 종업원의  친절함이 양념으로 보태진다면 최상의 음식이 되는 것 같다.



동학사 계곡에 접어들었다.
계곡 물소리와  푸르름은 자연만이 연출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아닐까?

사실, 전날은 "2010경기국제항공전"에 하루종일 참석하여 피곤한 상태였고,
더군다나 뜬 눈으로 밤을 지세우고 집을 나서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오늘 모임에 포기하고픈 마음이 90%였다.  그러나 계곡의 접어들며 자연의 품에 안기게 된다.



동학사 가는 길목

앞서가는 일행 머리 위로 푸른 숲과 예쁜 연등이 우리의 산행을 반겨준다.

 


개울가의 정자

물가의 정자는 언제, 어디서 보아도 정겹다.

 


세월의 무상함

정자 위에는 봄을 노래하는 푸른 나뭇가지가 춤을 추고
가을을 노래하는 낙엽은 지난 세월을 아쉬워 한다.

 


동학사



계곡의 노랫소리에 고개 내민 나뭇가지



어우러짐

돋 보이는 청기와, 처마의 화려함, 푸른 나뭇가지, 돌담, 그 위에 푸른하늘

 


선녀가 내려 올 법 하다.



잠시 포즈를 취한 일행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고?



도촬 당했다.



시원하겠수.....

한켠에 우리 일행이 기를 쓰고 산을 오르고, 한켠에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여유롭다.
보폭이 저리큰 님은 무리하는 것 아닐까?

요즘 군에는 체력검정이 강화되었다.
산을 오르기전 님에게 체력검정 평가를 하겠다고 했더니 기를 쓰는 모양이다.
은근히 중도포기 하리라 생각했건만 제일먼저 정상에 오른다.
체력검정에 긴장한 이유가 뭘까?



절벽에도 예외없이 숨쉬는 무리가 있다.
대자연은 삭막함을 싫어한다.



은선폭포

동학사 계곡의 유일한 폭포이다. 약 20M에 이른다.
주변 녹음창벽에 시원한 물은 산수가 조화되어 자연미의 극치를 이루어 계룡산의 7경이라 한다.

 


관음봉의 전망대



관음봉에서 포즈를 취하다.
관음봉에 하이얀 달이 떳다.



관음봉에서 바라 본 능선
능선 좌측이 갑사 방향, 우측이 동학사 계곡이다.



관음봉에서 바라 본 동학사 계곡
동학사가 희미하다.



관음봉에 둘러앉자...
저 푸른 창공은  내것이다.  역시 공군이다.



하산길의 계곡
발 담그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선녀가 내려왔다.  나뭇꾼은 어디에...



연등이 너무 아름답다.

금년 4월에는 송광사, 선암사, 쌍계사와 동학사를 들르게 되었다.
모두, 초파일을 준비하며 연등을 걸어 두었는데 가장 빼어난 연등이다.
색조가 숲과 너무 어울린다.



흐르는 물에도 이끼가 있다.



하산 후 다시 "텃밭" 식당에 모였다.
식당의 친절함에 가능한 나머지 일정을 여기서 소화하기로 했다.


마치 확대회의가 된 것 같다.
2분의 공군 장교분 이외에 모두 제트윙스(jetwings)의 회원이기도 하지만
공사모와 로카피스에서 활동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천안함 사건으로 조촐하게 치러진 모임이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군이 새로운 각오로 국가안보에 임하여야겠지만  우리국민은 안보의식과  역사관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우리 역사는 수난의 연속이었다. 6.25 전쟁후 국가재건을 위해 전국민이 노력한 결과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건설했다. 그리나 평화로움 속에 타성에 젖어 안보관, 역사관이 옅어진 때에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다. 수난의 역사가 두렵지 않은가?

간혹 경제논리, 시장논리가 안보논리를 위협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어떠한 논리가 이익을 극대화 한다 할지라도 안보논리를 우선 할 수는 없다.  누구든 하루하루 숨쉬며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행복을 누려야 한다. 그러나 안보 위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군의 희생 위에 가능한 일 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금년에 육, 해, 공군에서 너무 많은 희생을 했다.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가족을 곁에 두고 떠나야 했다. 더 이상의 희생이 없었으면 좋겠다. 경고로 받아 들였으면 좋겠다. 안보에는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군을 믿고 지지할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오늘 모임이 작지만 소중한 하루였다.

난, 다음 날 일정 때문에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나머지 분들은 다음 날 대전현충원에 방문하여 조국을 위해 산화하신 여러분들을 찾아뵈고 헌화했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
그리고 모임을 위해 수고해 주신 두 분 장교님께 감사드린다.